작업 노트
Statement



Scenery, Sound, Site, and Story


내 작업은 다분히 개념적이며 문학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근본적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작업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적 고민들을 내제한다. 이는 머무르거나 스치게 되는 지역들 그리고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과 해프닝을 통해 전시, 영상, 낭독 퍼포먼스로 표현되어져 왔다. 최근에는 뜻밖에 당도한 장소, 도시를 배회하다 발견한 풍경, 맥락에서 어긋난 장면들에 관심을 두고 있다. 즉, 이동하는 감각과 여정, 그것을 기반으로 쓴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것, 이미 있는 풍경을 해체하고 공간에 재배치하는 것, 작업을 이루는 과정과 태도를 구조화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상한 감정에 휘말리거나 뜻 모를 불안을 느낄 때, 나는 어딘가를 정처 없이 걷거나, 헤매게 된다. 습관에서 벗어나 다른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해보지 않은 경험, 가보지 않은 길에 도달하게 되면서 일상 속에서 맥락에 어긋난 장면이나 현상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사소하지만 어딘가에 속하지 않은 존재들을 ‘사진, 영상, 소리, 단어, 드로잉’ 등의 형태로 일정기간 기록하다보면 결국 한 개념에 도달하게 되는데, 나는 이어서 형식이 깨진 이상한 글쓰기에 몰입한다. 이 글쓰기의 정체모를 입장, 느닷없는 상태의 문장과 맥락들은 내 조형언어를 촉발하게 하는 강력한 모티프로 작동하며, 상황 연출의 보이지 않는 지지체가 되는 것이다. ‘부제’를 인용하며 전시 연출을 심화시키는 과정에서 손으로 공간 드로잉을 지속하며 주변에 쌓인 레퍼런스의 감각들을 구체화 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엉뚱한 형태의 작업 조각들이 무질서한 구조에 도달하게 하는 것, 즉 이미 있는 풍경을 해체한 후, 파편화된 이미지, 텍스트, 오브제를 재조합 하는 것, 일시적이며 낯선 구성을 연출(mis-en-scene)함으로서 일상적인 공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결국 설치된 작업은 단편적인 극(stage) 을 상징하는 장면(scene)을 형성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재조합의 가능성, 맥락의 다변화를 실험한다. 다시 말해, 설치의 재구조화, 장면의 재맥락화, 전시의 재인식화, 고정된 사고의 전환적 체험을 유도하는 작업으로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우연한 만남을 통해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대화의 흐름과 잔상이 영상작업과, 낭독 퍼포먼스를 기획하는 동력이 된다. 때론 우습고 허탈한 삶의 단편들을 언어적, 서사적, 텍스트적 맥락으로 끌어들인다. 나는 주로 삶을 독특한 어법으로 살아내는 인물들에 관심이 있는데, 재미있는 세계관으로 삶을 살아가며 새로운 방식을 개척하는 이들의 취향과 태도에 매혹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낭독 프로젝트는 하나의 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암시한다. 예를 들어, 작가, 기획자, 관계자, 관객 등 전시를 이루는 기본 단위로서 존재하는 인물들의 각기 다른 입장과 역할을 ‘읽기(reading)’라는 매개를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그들의 다채로운 소리와 움직임이 하나의 시퀀스가 되어 ‘극(play)’의 형식을 이룰 때 퍼포먼스는 완성된다. 이는 퍼포먼스 행위의 일시성, 토론의 우발성, 허공을 떠도는 소리 (sound)의 개방성과 관련되며, 정해진 답을 제시하지 않는 열린 결말을 의도한다. 그러니까 예측 불허의 상황이나 아슬아슬한 관계들이 그리고 어딘가를 떠도 는 대화의 잔상들이 마치 꽁트(conte)처럼 작업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협업으로 기획되는 영상작업은 감각적인 단위를 넘어 한층 더 조직적으로 작업된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라는 비판의식 하에 불편한 상황과 이유들을 파헤칠 때, 작업은 다양한 부분으로 분해되며 조각난다. 나는 이들을 사회 구조적 입장으로 다가가 재편집하기를 시도하고 결국 이미 확정된 상태를 수정 가능한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나의 개념적인/conceptual 작업들은 의미/meaning와 방식/method을 찾아 새로운 형식/form과 구조/structure를 부여하는 과정/process을 지닌 채, 미술에 있어서의 새로운 문법/recontextualization을 설계하고, 장르를 벗어난 독특한 이야기/narrative를 창출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은 슬프지만 어떤 면에서는 유쾌하고, 오해로 점철된 일상의 비극들은 찬란한 희극들로 채워져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January 2026

겨울, 길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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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 but Beautiful Happenings



내 작업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어떤 작업을 왜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관심과 집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프랑스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내 정체성과 위치를 찾기 위해 태어난 도시 ‘인천’을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했다. 한국전쟁 때 피난와 인천 중구에 정착한 가족들 그리고 ‘나’ 개인의 성장 배경은 인천에서 만난 타인들이 겪은 또 다른 입장의 사건들과 만나 구체적이며 다양한 테마의 작업으로 이어졌다. “인천 시리즈” 전시들과 그에 따른 영상작업, 낭독 퍼포먼스 기획, 책 출간 등은 주로 협업으로 이어졌으며, 작업에 있어서의 실험적인 언어와 설치를 위한 어법 연구가 함께 진행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인천을 떠나 서울, 후지요시다, 뉴욕 등지에서 머물며 벌어진 해프닝과 주변 풍경(1)들을 작업에 결합해 개념과 과정을 확장 시켰으며, 최근에는 서울 시리즈 작업을 심화 시키고 있다.

새로운 장소, 환경, 사람들과의 만남은 에피소드를 창출하고, 이내 시나리오가 된다. 나는 새로운 공간에서 뜻밖의 삶의 방식을 만날 때, 그리고 그들의 입장과 태도가 독보적인 과정과 서사적 구조를 지닐 때 강한 흥미를 느낀다. 이것들은 색, 무드(mood) 특정 단어, 소리들로 기억되곤 하는데 습관처럼 드로잉하고 메모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며 레퍼런스를 확장시킨다. 이러한 행위를 지속하던 어떤 순간에 하나의 개념이 설정되고 인용구가 나오면 파편의 잔상들이 엮이며 하나의 글이 눈앞에 놓이게 된다. 그 후, 이야기는 형식을 벗어나 깨어진 상태가 된다. 이렇게 일반적인 구조를 벗어난 느닷없는 상태의 맥락들은 내 조형언어를 촉발하는 강력한 빈틈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작업의 조각들이 한 공간에서 무질서한 구조에 도달하게 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즉, 내 시선과 감각에 의해 만들어진 매력적인 이미지와 구조, 텍스트들은 어떤 공간을 만나 불협화음의 리듬을 잡아가게 되는 것이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어제 있었던 것이 오늘은 없고, 오늘 없었던 것이 내일은 있을지도 모른다. 어제의 너는 오늘의 너 가 아니며 내일의 너를 잃어버릴 지도 모르는 것이다. 세상은 갑작스러운 변화들로 공황상태에 빠지면서도 여전히 어딘 가로의 희망을 품고 야심차게 전진한다. 나는 어느 장소와 만남에 의해 벌어지는 상황들의 이면을 들추고 재구성해 하나의 장면(scene)이나 플롯(plot)들을 연출해내는 방식의 작업을 통해 어떻게 하면 지혜롭고 창의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묻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리멸렬한 세상은 매우 슬프지만 어떤 면에서는 너무나 아름답고, 오해로 점철된 일상의 비극들은 오합지졸의 희극들로 채워져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June 2025

늦봄, 길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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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 but beautiful happenings



머무는 장소와 지나치는 풍경들 그리고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관계의 어느 쓸쓸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지점을 작업화하고 있다. 매일매일 느닷없이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Happenings)을 기록해 글을 쓰고 이미지화 하는 과정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법, 작업을 구체화 하는 방법 등을 알아가고 있다.

걸으며 이미지를 수집하고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 속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 잔상을 곱씹는 과정에서 사소한 집착이 생기고 그 결과는 작업이 된다. 이러한 단편들의 모임이 하나의 전체적 구성을 이룰 때 그리고 어떠한 공간을 만날 때 전시는 완성된다.

하나의 개념을 설정한 후 그에 맞는 재료를 찾아 헤맨다. 종이, 나무, 흙, 석고, 시멘트, 철판 등의 것들을 실험해 뜻밖의 형상과 구조에 도달하게 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며, 일상의 소리나 장면을 수집하는 습관, 특이한 모양이나 성격의 물건들을 사 모으는 취미도 있다. 나아가 다년간 수집한 자료와 아이디어를 조합해 재미있는 책을 출판하고, 주변 인물들과의 협업을 통해 낭독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즉, ‘과정과 서사’에 집중하는 것이 내 작업의 특징이다.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 사람들과 에피소드를 쌓아가며 그들과의 해프닝들을 모아 독특한 시나리오를 형성시킨다. 드로잉 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통해 허구적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이야기 속의 흐름과 조각들은 텍스트, 영상, 그림, 오브제 등으로 은유적이며 시적으로 풀어진다. 종종 문학작품의 한 부분이나 영화의 한 장면을 인용하기도 하는데, 전시장에 놓인 작업들은 사건의 잔상, 감정의 여파, 우연한 현상들, 때로는 복잡한 관점이나 알 수 없는 시점처럼 상징적인 입장이 되는 것이다.

결국 내 작업들은 누구와 어떤 장소에 머물며 대화하고, 무엇을 발견하고 경험하느냐에 따라 그 구조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앞으로의 작업에서 사람이나 사물의 우연성, 불완전함, 무질서함, 그리고 연약하고 가변적인 상태의 현상들을 형상화하면서 어떻게 하면 덜 취약한 방법으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려고 하는 것이다.



June 2024

초여름, 길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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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술작가로 활동하며 드로잉, 오브제, 영상, 텍스트 등을 매체로 활용해오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제 작업들은 한국전쟁에서 피난을 와 인천에 정착한 나의 가족들과, 나 개인의 성장 배경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인물들과의 대화와 사건에 주목해 전시장에 서사를 드러내는 구조로 발표되며 그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나아가 고향인 인천에 대한 이야기들과 풍경을 너머, 서울, 후지요시다, 뉴욕 등, 내가 머물고 지나치는 지역과 장소들 그리고 그 주변 환경들을 파악하면서 반복적이면서도 느닷없이 흘러가는 관계의 어느 쓸쓸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지점들을 작업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또한 글과 책, 인용이라는 매체들을 이용해 낭독 퍼포먼스 프로젝트들로 발표 되었고, 주변 인물들과 관객과의 협업을 통해 영상작업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삶과 사람, 사건들 그리고 그들이 형성하는 사회 시스템에 호기심을 갖다보니 최근에는 어떤 한 집단(그룹, 장소나 환경)에서 발생하는 해프닝들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하면 덜 취약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을까, 인간은 어떻게 지혜롭고 창의적으로 어려운 상황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가지고 작업하려고 합니다.


May 2024

봄, 길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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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태어나 서울과 프랑스에서 공부했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후 프랑스에서 ART 전공 분야에 수학했다. 다양한 드로잉, 메모와 낙서, 일상의 소리들을 통해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그것들을 실재 작업으로 이끌어낸다. 드로잉, 오브제, 텍스트, 영상, 퍼포먼스는 내 작업을 구체적이고 자유롭게 표현해 내는 도구가 된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인물들과의 대화와 사건에 주목하고 그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관계의 어느 쓸쓸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지점들을 작업화 하고있다. 이러한 개념들은 지난 5년간 인천시리즈물로 제작되었다. 5점의 영상과 4권의 책으로 쓰여진 이 작업들은 전시장에 설치 되고 퍼포먼스로 풀어졌다.

인천에 대한 시리즈 작업이 나의 정체성과 그 지역의 풍경을 디테일하게 찾아가는 작업들이었다면,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과 사건들은 또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다른 장소로의 이동과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있다. 앞으로 내 작업은 한 개인이 태어난 장소와 머무르는 장소 그리고 사회에서 마주한 인련의 사건들과 함께 어디로 향해가고있는지에 주목하며 발전될 것이다. 한 개인의 시스템을 파헤치고 다른 입장의 새롭고 흥미로운 시스템을 작가적 시선으로 조합해 구성하는 것이 내 작업의 목표이며, 그 결과는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의미 또는 삶 그 자체를 찾아가는 여정과 태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November 2019

가을, 길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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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입장의 구조에 대한 관심은 작가로서 작업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수년간 작업을 하며 작가의 입장과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생산하는 작업은 어떠한 구조로 탄생하게 되며 의미를 지니게 되는지에 대한 생각이 맴돌았다. 이러한 생각의 과정은 단순한 형상의 오브제와 드러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혹은 일상을 되풀이하는) 형식의 영상으로 제작되었다. 특히 한 장면을 분류하는 드로잉은 본래의 구조를 해체하고 다시 분석하여 새로운 구성을 찾아 전시장에 배치하고 정렬케 하는 작업이다.

어느 날 롤랑바르트의 생에 대한 짤막한 신문 기사를 읽게 된다. 바르트는 이론가, 철학가, 비평가로 살다가 죽기 2년 전쯤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창작자로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작가가 되려는 욕구는 어디로부터 나오는가, 메모하기의 실천 등에 대한 기록을 하던 어느 날 세탁물을 실은 트럭에 치어 갑자기 죽게 된다. 나는 이 죽음으로 부터 영감을 받아 개인전(2015년10월) ’쉬운 정원’을 기획하게 된다. 삶과 창작자 그리고 죽음, 작품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이로부터 시작되었다. 향후(2015년 11월) 사운드 낭독 퍼포먼스인 ’three little gesture’ 및 'three open gesture'를 기획하는데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인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이 곳을 떠나 서울,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타지를 여행하며 더욱 도드라졌다. 자신이 태어나 얻어진 장소와 성인이 되어서 정착하게 되는 선택적인 장소의 차이, 그 지역의 구조와 사람의 특징이란 것이 있다. 부모라는 밭에서 자라나 근본 성향을 물려받듯이 자라나는 환경과 상황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은 실로 크다. 그 이동과 만남이 주는 사소한 변화들과 욕망이 한 사람을 형성시킨다고 본다.

인천의 작업실, 그 생활과 환경은 작업을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다양한 지역적 정치적 활동을 하는 인천의 작가들을 보며 작가란 무엇이며 작업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해왔다. 작업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으며, 사회참여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선택적 고민은 드로잉과 오브제, 짧은 영상을 만드는 작업과 더불어 텍스트와 소리를 보여주는(시각화의) 방법론적 연구를 심화시킨다.

장률의 영화 두만강, 경주는 그 지역 과 사람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아는 작가 덕에 한 밤중 청주를 다녀간 느낌을 지우지 못해 청주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다.


April 2016

봄, 길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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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수첩 기획글 중, 길다래 부분 발췌)


길다래는 미술언어란 무엇인가 고민하고 있다. 그의 드로잉과 오브제는 함축된 단어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전시 설치에 리듬을 고려하는 방식은 시의 운율을 좋아하는 그녀의 글쓰기 형태와 닮아있다. 시의 단어나 페이지 내의 구조처럼 작거나 단편적인 형식을 취하는 태도는 자신의 미술언어를 완성해내는 중심적 요소다. 걸으며 이미지를 수집하고 사람과의 관계와 대화 속에 영감을 얻는다. 그 잔상을 곱씹는 과정에서 사소한 집착이 생기고 그 결과는 작업이 된다. 이러한 단편들의 모임이 하나의 전체적 구성을 이룰 때 그리고 어떠한 공간을 만날 때 전시는 완성된다. 실제로 시니컬한 모양새의 작은 오브제들은 정렬되고 배치된다. 발견된 그대로 놓이거나 포장된 물건은 드러나지 않는다. 때로는 깨진 상태를 수집하여 작업화 시킨다. 의미를 지닌 채 무의미를 내뱉는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말’처럼, 생성되며 소멸되기를 반복하는 도시의 단편처럼, 작가는 지우고 쓰고 넘기며 생각한다.


September 2015

초가을, 길다래







작업 노트
Statement



Scenery, Sound, Site, and Story


내 작업은 다분히 개념적이며 문학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근본적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작업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적 고민들을 내제한다. 이는 머무르거나 스치게 되는 지역들 그리고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과 해프닝을 통해 전시, 영상, 낭독 퍼포먼스로 표현되어져 왔다. 최근에는 뜻밖에 당도한 장소, 도시를 배회하다 발견한 풍경, 맥락에서 어긋난 장면들에 관심을 두고 있다. 즉, 이동하는 감각과 여정, 그것을 기반으로 쓴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것, 이미 있는 풍경을 해체하고 공간에 재배치하는 것, 작업을 이루는 과정과 태도를 구조화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상한 감정에 휘말리거나 뜻 모를 불안을 느낄 때, 나는 어딘가를 정처 없이 걷거나, 헤매게 된다. 습관에서 벗어나 다른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해보지 않은 경험, 가보지 않은 길에 도달하게 되면서 일상 속에서 맥락에 어긋난 장면이나 현상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사소하지만 어딘가에 속하지 않은 존재들을 ‘사진, 영상, 소리, 단어, 드로잉’ 등의 형태로 일정기간 기록하다보면 결국 한 개념에 도달하게 되는데, 나는 이어서 형식이 깨진 이상한 글쓰기에 몰입한다. 이 글쓰기의 정체모를 입장, 느닷없는 상태의 문장과 맥락들은 내 조형언어를 촉발하게 하는 강력한 모티프로 작동하며, 상황 연출의 보이지 않는 지지체가 되는 것이다. ‘부제’를 인용하며 전시 연출을 심화시키는 과정에서 손으로 공간 드로잉을 지속하며 주변에 쌓인 레퍼런스의 감각들을 구체화 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엉뚱한 형태의 작업 조각들이 무질서한 구조에 도달하게 하는 것, 즉 이미 있는 풍경을 해체한 후, 파편화된 이미지, 텍스트, 오브제를 재조합 하는 것, 일시적이며 낯선 구성을 연출(mis-en-scene)함으로서 일상적인 공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결국 설치된 작업은 단편적인 극(stage) 을 상징하는 장면(scene)을 형성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재조합의 가능성, 맥락의 다변화를 실험한다. 다시 말해, 설치의 재구조화, 장면의 재맥락화, 전시의 재인식화, 고정된 사고의 전환적 체험을 유도하는 작업으로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우연한 만남을 통해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대화의 흐름과 잔상이 영상작업과, 낭독 퍼포먼스를 기획하는 동력이 된다. 때론 우습고 허탈한 삶의 단편들을 언어적, 서사적, 텍스트적 맥락으로 끌어들인다. 나는 주로 삶을 독특한 어법으로 살아내는 인물들에 관심이 있는데, 재미있는 세계관으로 삶을 살아가며 새로운 방식을 개척하는 이들의 취향과 태도에 매혹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낭독 프로젝트는 하나의 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암시한다. 예를 들어, 작가, 기획자, 관계자, 관객 등 전시를 이루는 기본 단위로서 존재하는 인물들의 각기 다른 입장과 역할을 ‘읽기(reading)’라는 매개를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그들의 다채로운 소리와 움직임이 하나의 시퀀스가 되어 ‘극(play)’의 형식을 이룰 때 퍼포먼스는 완성된다. 이는 퍼포먼스 행위의 일시성, 토론의 우발성, 허공을 떠도는 소리 (sound)의 개방성과 관련되며, 정해진 답을 제시하지 않는 열린 결말을 의도한다. 그러니까 예측 불허의 상황이나 아슬아슬한 관계들이 그리고 어딘가를 떠도 는 대화의 잔상들이 마치 꽁트(conte)처럼 작업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협업으로 기획되는 영상작업은 감각적인 단위를 넘어 한층 더 조직적으로 작업된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라는 비판의식 하에 불편한 상황과 이유들을 파헤칠 때, 작업은 다양한 부분으로 분해되며 조각난다. 나는 이들을 사회 구조적 입장으로 다가가 재편집하기를 시도하고 결국 이미 확정된 상태를 수정 가능한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나의 개념적인/conceptual 작업들은 의미/meaning와 방식/method을 찾아 새로운 형식/form과 구조/structure를 부여하는 과정/process을 지닌 채, 미술에 있어서의 새로운 문법/recontextualization을 설계하고, 장르를 벗어난 독특한 이야기/narrative를 창출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은 슬프지만 어떤 면에서는 유쾌하고, 오해로 점철된 일상의 비극들은 찬란한 희극들로 채워져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January 2026

겨울, 길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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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 but Beautiful Happenings



내 작업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어떤 작업을 왜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관심과 집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프랑스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내 정체성과 위치를 찾기 위해 태어난 도시 ‘인천’을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했다. 한국전쟁 때 피난와 인천 중구에 정착한 가족들 그리고 ‘나’ 개인의 성장 배경은 인천에서 만난 타인들이 겪은 또 다른 입장의 사건들과 만나 구체적이며 다양한 테마의 작업으로 이어졌다. “인천 시리즈” 전시들과 그에 따른 영상작업, 낭독 퍼포먼스 기획, 책 출간 등은 주로 협업으로 이어졌으며, 작업에 있어서의 실험적인 언어와 설치를 위한 어법 연구가 함께 진행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인천을 떠나 서울, 후지요시다, 뉴욕 등지에서 머물며 벌어진 해프닝과 주변 풍경(1)들을 작업에 결합해 개념과 과정을 확장 시켰으며, 최근에는 서울 시리즈 작업을 심화 시키고 있다.

새로운 장소, 환경, 사람들과의 만남은 에피소드를 창출하고, 이내 시나리오가 된다. 나는 새로운 공간에서 뜻밖의 삶의 방식을 만날 때, 그리고 그들의 입장과 태도가 독보적인 과정과 서사적 구조를 지닐 때 강한 흥미를 느낀다. 이것들은 색, 무드(mood) 특정 단어, 소리들로 기억되곤 하는데 습관처럼 드로잉하고 메모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며 레퍼런스를 확장시킨다. 이러한 행위를 지속하던 어떤 순간에 하나의 개념이 설정되고 인용구가 나오면 파편의 잔상들이 엮이며 하나의 글이 눈앞에 놓이게 된다. 그 후, 이야기는 형식을 벗어나 깨어진 상태가 된다. 이렇게 일반적인 구조를 벗어난 느닷없는 상태의 맥락들은 내 조형언어를 촉발하는 강력한 빈틈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작업의 조각들이 한 공간에서 무질서한 구조에 도달하게 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즉, 내 시선과 감각에 의해 만들어진 매력적인 이미지와 구조, 텍스트들은 어떤 공간을 만나 불협화음의 리듬을 잡아가게 되는 것이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어제 있었던 것이 오늘은 없고, 오늘 없었던 것이 내일은 있을지도 모른다. 어제의 너는 오늘의 너 가 아니며 내일의 너를 잃어버릴 지도 모르는 것이다. 세상은 갑작스러운 변화들로 공황상태에 빠지면서도 여전히 어딘 가로의 희망을 품고 야심차게 전진한다. 나는 어느 장소와 만남에 의해 벌어지는 상황들의 이면을 들추고 재구성해 하나의 장면(scene)이나 플롯(plot)들을 연출해내는 방식의 작업을 통해 어떻게 하면 지혜롭고 창의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묻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리멸렬한 세상은 매우 슬프지만 어떤 면에서는 너무나 아름답고, 오해로 점철된 일상의 비극들은 오합지졸의 희극들로 채워져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June 2025

늦봄, 길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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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 but beautiful happenings



머무는 장소와 지나치는 풍경들 그리고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관계의 어느 쓸쓸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지점을 작업화하고 있다. 매일매일 느닷없이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Happenings)을 기록해 글을 쓰고 이미지화 하는 과정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법, 작업을 구체화 하는 방법 등을 알아가고 있다.

걸으며 이미지를 수집하고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 속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 잔상을 곱씹는 과정에서 사소한 집착이 생기고 그 결과는 작업이 된다. 이러한 단편들의 모임이 하나의 전체적 구성을 이룰 때 그리고 어떠한 공간을 만날 때 전시는 완성된다.

하나의 개념을 설정한 후 그에 맞는 재료를 찾아 헤맨다. 종이, 나무, 흙, 석고, 시멘트, 철판 등의 것들을 실험해 뜻밖의 형상과 구조에 도달하게 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며, 일상의 소리나 장면을 수집하는 습관, 특이한 모양이나 성격의 물건들을 사 모으는 취미도 있다. 나아가 다년간 수집한 자료와 아이디어를 조합해 재미있는 책을 출판하고, 주변 인물들과의 협업을 통해 낭독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즉, ‘과정과 서사’에 집중하는 것이 내 작업의 특징이다.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 사람들과 에피소드를 쌓아가며 그들과의 해프닝들을 모아 독특한 시나리오를 형성시킨다. 드로잉 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통해 허구적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이야기 속의 흐름과 조각들은 텍스트, 영상, 그림, 오브제 등으로 은유적이며 시적으로 풀어진다. 종종 문학작품의 한 부분이나 영화의 한 장면을 인용하기도 하는데, 전시장에 놓인 작업들은 사건의 잔상, 감정의 여파, 우연한 현상들, 때로는 복잡한 관점이나 알 수 없는 시점처럼 상징적인 입장이 되는 것이다.

결국 내 작업들은 누구와 어떤 장소에 머물며 대화하고, 무엇을 발견하고 경험하느냐에 따라 그 구조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앞으로의 작업에서 사람이나 사물의 우연성, 불완전함, 무질서함, 그리고 연약하고 가변적인 상태의 현상들을 형상화하면서 어떻게 하면 덜 취약한 방법으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려고 하는 것이다.



June 2024

초여름, 길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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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술작가로 활동하며 드로잉, 오브제, 영상, 텍스트 등을 매체로 활용해오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제 작업들은 한국전쟁에서 피난을 와 인천에 정착한 나의 가족들과, 나 개인의 성장 배경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인물들과의 대화와 사건에 주목해 전시장에 서사를 드러내는 구조로 발표되며 그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나아가 고향인 인천에 대한 이야기들과 풍경을 너머, 서울, 후지요시다, 뉴욕 등, 내가 머물고 지나치는 지역과 장소들 그리고 그 주변 환경들을 파악하면서 반복적이면서도 느닷없이 흘러가는 관계의 어느 쓸쓸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지점들을 작업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또한 글과 책, 인용이라는 매체들을 이용해 낭독 퍼포먼스 프로젝트들로 발표 되었고, 주변 인물들과 관객과의 협업을 통해 영상작업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삶과 사람, 사건들 그리고 그들이 형성하는 사회 시스템에 호기심을 갖다보니 최근에는 어떤 한 집단(그룹, 장소나 환경)에서 발생하는 해프닝들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하면 덜 취약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을까, 인간은 어떻게 지혜롭고 창의적으로 어려운 상황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가지고 작업하려고 합니다.


May 2024

봄, 길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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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태어나 서울과 프랑스에서 공부했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후 프랑스에서 ART 전공 분야에 수학했다. 다양한 드로잉, 메모와 낙서, 일상의 소리들을 통해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그것들을 실재 작업으로 이끌어낸다. 드로잉, 오브제, 텍스트, 영상, 퍼포먼스는 내 작업을 구체적이고 자유롭게 표현해 내는 도구가 된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인물들과의 대화와 사건에 주목하고 그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관계의 어느 쓸쓸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지점들을 작업화 하고있다. 이러한 개념들은 지난 5년간 인천시리즈물로 제작되었다. 5점의 영상과 4권의 책으로 쓰여진 이 작업들은 전시장에 설치 되고 퍼포먼스로 풀어졌다.

인천에 대한 시리즈 작업이 나의 정체성과 그 지역의 풍경을 디테일하게 찾아가는 작업들이었다면,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과 사건들은 또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다른 장소로의 이동과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있다. 앞으로 내 작업은 한 개인이 태어난 장소와 머무르는 장소 그리고 사회에서 마주한 인련의 사건들과 함께 어디로 향해가고있는지에 주목하며 발전될 것이다. 한 개인의 시스템을 파헤치고 다른 입장의 새롭고 흥미로운 시스템을 작가적 시선으로 조합해 구성하는 것이 내 작업의 목표이며, 그 결과는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의미 또는 삶 그 자체를 찾아가는 여정과 태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November 2019

가을, 길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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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입장의 구조에 대한 관심은 작가로서 작업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수년간 작업을 하며 작가의 입장과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생산하는 작업은 어떠한 구조로 탄생하게 되며 의미를 지니게 되는지에 대한 생각이 맴돌았다. 이러한 생각의 과정은 단순한 형상의 오브제와 드러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혹은 일상을 되풀이하는) 형식의 영상으로 제작되었다. 특히 한 장면을 분류하는 드로잉은 본래의 구조를 해체하고 다시 분석하여 새로운 구성을 찾아 전시장에 배치하고 정렬케 하는 작업이다.

어느 날 롤랑바르트의 생에 대한 짤막한 신문 기사를 읽게 된다. 바르트는 이론가, 철학가, 비평가로 살다가 죽기 2년 전쯤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창작자로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작가가 되려는 욕구는 어디로부터 나오는가, 메모하기의 실천 등에 대한 기록을 하던 어느 날 세탁물을 실은 트럭에 치어 갑자기 죽게 된다. 나는 이 죽음으로 부터 영감을 받아 개인전(2015년10월) ’쉬운 정원’을 기획하게 된다. 삶과 창작자 그리고 죽음, 작품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이로부터 시작되었다. 향후(2015년 11월) 사운드 낭독 퍼포먼스인 ’three little gesture’ 및 'three open gesture'를 기획하는데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인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이 곳을 떠나 서울,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타지를 여행하며 더욱 도드라졌다. 자신이 태어나 얻어진 장소와 성인이 되어서 정착하게 되는 선택적인 장소의 차이, 그 지역의 구조와 사람의 특징이란 것이 있다. 부모라는 밭에서 자라나 근본 성향을 물려받듯이 자라나는 환경과 상황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은 실로 크다. 그 이동과 만남이 주는 사소한 변화들과 욕망이 한 사람을 형성시킨다고 본다.

인천의 작업실, 그 생활과 환경은 작업을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다양한 지역적 정치적 활동을 하는 인천의 작가들을 보며 작가란 무엇이며 작업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해왔다. 작업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으며, 사회참여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선택적 고민은 드로잉과 오브제, 짧은 영상을 만드는 작업과 더불어 텍스트와 소리를 보여주는(시각화의) 방법론적 연구를 심화시킨다.

장률의 영화 두만강, 경주는 그 지역 과 사람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아는 작가 덕에 한 밤중 청주를 다녀간 느낌을 지우지 못해 청주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다.


April 2016

봄, 길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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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수첩 기획글 중, 길다래 부분 발췌)


길다래는 미술언어란 무엇인가 고민하고 있다. 그의 드로잉과 오브제는 함축된 단어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전시 설치에 리듬을 고려하는 방식은 시의 운율을 좋아하는 그녀의 글쓰기 형태와 닮아있다. 시의 단어나 페이지 내의 구조처럼 작거나 단편적인 형식을 취하는 태도는 자신의 미술언어를 완성해내는 중심적 요소다. 걸으며 이미지를 수집하고 사람과의 관계와 대화 속에 영감을 얻는다. 그 잔상을 곱씹는 과정에서 사소한 집착이 생기고 그 결과는 작업이 된다. 이러한 단편들의 모임이 하나의 전체적 구성을 이룰 때 그리고 어떠한 공간을 만날 때 전시는 완성된다. 실제로 시니컬한 모양새의 작은 오브제들은 정렬되고 배치된다. 발견된 그대로 놓이거나 포장된 물건은 드러나지 않는다. 때로는 깨진 상태를 수집하여 작업화 시킨다. 의미를 지닌 채 무의미를 내뱉는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말’처럼, 생성되며 소멸되기를 반복하는 도시의 단편처럼, 작가는 지우고 쓰고 넘기며 생각한다.


September 2015

초가을, 길다래